
충청남도 공주시에 위치한 계룡산은 사계절 내내 등산객과 탐방객이 끊이지 않는 명산입니다. 그중에서도 천진보탑은 자연의 정취와 불교문화, 그리고 설화를 아우르는 깊은 역사의 공간입니다. 1984년 충청남도 문화재자료(현 문화유산자료)로 지정된 이 보탑은, 단순한 석조물이 아닌 설화 속 신비와 신앙의 대상으로 자리 잡아왔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충청권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는 계룡산 천진보탑의 역사와 추천 탐방 코스를 함께 소개합니다.
충청권 속 숨은 명소, 천진보탑
천진보탑은 계룡산의 동쪽 자락, 옛 천진암터에 위치한 석조 보탑으로,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의 기억 속에 ‘신비의 탑’으로 전해져 내려왔습니다. 특히 1984년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110호(현 문화유산자료)로 지정되면서 문화재적 가치가 공식적으로 인정되었으며, 지역 불교문화 탐방지로도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이 보탑에 얽힌 설화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석가모니가 열반에 든 약 400년 후, 인도를 통일한 아소카왕이 구마라국의 사리보탑에서 수많은 불사리를 발견했고, 이를 시방세계에 두루 나누어 봉안하였다고 합니다. 이때 비사문천에게 명하여, 이 계룡산의 천연 석굴 속에 불사리를 봉안하게 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로부터 약 600년 후, 백제의 구이신왕 시절, 고승 아도(阿道)가 이 석굴을 발견하고, 탑을 ‘천진보탑’이라 명명하였다고 전해집니다. 이러한 설화는 우리나라가 불교 전래 이전부터 불교와 인연이 깊은 유연국토(有緣國土)였음을 상징하는 중요한 전통 문화 이야기로 평가됩니다.
설화와 함께하는 산중탑의 매력
천진보탑은 일반적인 사찰이나 대형 석탑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습니다. 먼저, 이 탑은 인위적인 조각이나 다듬음이 거의 없는 자연석 위에 형성된 석탑으로, 마치 자연이 만들어낸 불가사의한 구조물처럼 여겨집니다. 특히 상부에 새겨진 3층 석탑 형태의 조각은 매우 독특합니다. 자연 암반 위에 직접 새긴 듯한 모습은 조용한 산중의 분위기와 조화를 이루며, 보는 이로 하여금 신성한 기운을 느끼게 만듭니다. 별도의 울타리나 출입 제한이 없는 것도 특징이며, 실제로 많은 불자들이 이곳을 찾아와 조용히 기도하거나 명상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천진보탑은 설화에서 전해지듯, 불사리가 봉안된 성지로 여겨지며, 특별한 날에는 ‘방광(放光)’ 현상이 일어난다는 믿음도 있습니다. 전해지는 말에 따르면, 이 탑은 특정 시기나 기도 정성이 깊을 때, 하늘을 꿰뚫는 듯한 신비로운 빛을 발한다고 전합니다.
천진보탑 포함 추천 탐방코스
천진보탑은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위치에 자리잡고 있으나, 계룡산 국립공원의 다양한 사찰 코스와 연계하여 탐방하기에 매우 적합합니다. 특히 역사문화에 관심이 많거나 조용한 산책길을 찾는 분들에게 이상적인 장소입니다. 추천 코스:
갑사 주차장 → 갑사 탐방 → 갑사계곡 → 천진보탑 → 천진암터 유적지 → 반환
전체 거리: 약 5~6km (왕복)
예상 소요 시간: 약 2시간 30분~3시간
난이도: 중하 (경사가 비교적 완만함) 가을에는 단풍이 아름답고, 여름에는 시원한 계곡 바람 덕분에 많은 탐방객이 힐링 코스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말이나 공휴일보다는 평일 오전 방문 시 더욱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탐방 후에는 공산성, 국립공주박물관, 송산리 고분군 등 공주 시내 문화유산과 연계하여 하루 일정으로 충청권 여행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계룡산 천진보탑은 겉으로는 소박하지만, 그 속에 담긴 역사와 신앙, 설화는 매우 깊고 풍부합니다. 단순한 여행지를 넘어 민족의 영적 뿌리와 불교문화가 살아 숨 쉬는 장소로, 충청권을 찾는 모든 이에게 조용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탑이 품고 있는 설화와 자연적 아름다움, 그리고 기도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도시의 번잡함 속에서 지친 마음을 위로해줍니다. 하루쯤은 천진보탑 앞에 앉아 고요한 시간을 보내보세요.